다들 잘 아시다시피...

조선이라는 나라는 성리학, 즉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건국된 나라 입니다. 조선은 개국과 동시에 "숭유억불" 정책을 펼쳐 불교를 배척하고 나라의 기본 통치이념을 유교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고려 말, 국교였던 불교의 타락으로 인한 폐해가 헤아릴수 없이 많았고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고자 강력한 구심성을 갖는 학문이자 종교인 유교를 국가의 기본이념으로 정립하게 된것입니다.

이후부터 다분히 정치적이고 도시적인 종교였던 불교는 민중과 함께하지 못하고 깊숙한 산속으로 스스로의 자취를 옮길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불교의 사찰이 산으로 들어갈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교 특유의 선종적인 특성, 즉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수행방법으로 인해 번잡한 도회지 보다는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깊은 산중의 암자가 더 제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보다 큰 이유는 양반 선비들의 갖은 괴롭힘에 견뎌내지 못하고 피신하듯 산으로 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교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조선왕실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원찰"이니, "능찰"이니 하는 이름으로 조정에서 직접 관리하는 특별한 사찰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경우, 혹은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부분들(예를들어 왕자의 탄생과 같은....)은 어떠한 신앙의 대상에 염원을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왕실의 염원을 지성으로 받들수 있는 곳이 이른바 "원찰" 이었습니다.

지금 서울 근교에 있는 "흥, 봉, 국, 원" 이러한 이름이 들어가는 사찰들은 대부분이 조선조 왕실의 지원을 받았던 왕실의 원찰입니다. 상계동 옆에 있는 흥국사가 대표적인 예라 할수 있습니다.

또한 능찰이라 하여 왕실의 능을 수호하는 사찰을 짓기도 하였고, 지방의 성곽등지에는 그 성곽을 유지할수 있도록 군사적 목적의 사찰을 건립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능찰이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수원의 "용주사" 입니다.

사실 수원은 조선조 가장 완벽하게 만든 이상적 "계획도시" 입니다. 영조의 아들이자 조선조 가장 훌륭한 임금중에 한명이었던 "정조대왕"은 그 뛰어난 효심으로 뒤주속에서 죽고 한양에 묻히지 못한 아버지 "사도세자 장조"의 무덤이 있는 수원을 한양에 버금가는 중심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조성된 융릉과 자신이 묻히게 되는 건릉의 능찰로 용주사를 건립합니다.

물론 정조가 수원을 계획도시로 만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곽인 수원 화성을 정약용으로 하여금 건설케 하였다는 것과, 인구의 유입을 위해 당대의 가장 큰 마켓플레이스인 "우시장"을 수원에 유치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 입니다. 지금 수원갈비가 유명한 이유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왕실의 지원을 받아 건립된 용주사이기에 그 내부의 건축물 구성역시 일반적인 사찰의 전형을 따르지 않습니다.

사진 멀리 보이는 대문을 보시면 양반가나 나라의 건물에서 사용되는 솟을대문임을 알수 있습니다. 물론 용주사의 의치 역시 산속이 아닌 도심지 인근에 있다는것만으로도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 해 줍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이 가끔씩 용주사를 다녀오셔서 그 여느 사찰과 다른 "독특함"에 대해 묻곤 하십니다. 그럴때 마다 조금씩 답변해 드렸던 내용을 이렇게 몇줄의 글로 정리 해 봅니다.

이러한 예는 공주의 "신원사"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발견할수 있습니다.

즉, 유교를 국교로 삼았지만 유교라는 학문은 그 특성상 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보니 초자연적이고 비 이성적인 염원의 대상으로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강력하게 불교의 확산을 통제하였으면서도 정작 통치자들은 불교를 숭상하는 아이러니 한 모습을 보였던것이 조선시대의 사회상 이었습니다.

獨樂...